동경해오던 카멜트로피의 여정과 모험정신이 깃든 디스커버리 시승을 앞두고 몇날을 설레이며 보냈다. 그러나, BMW 코리아 담당자로부터 키를 건네받으며 출전 차량이 아닌 익스테리어를 유사하게 꾸민 시승용 차량이라는 설명을 듣고 적잖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실제 출전 차량의 300 TDI 디젤 엔진의 파워와 카멜 트로피의 숨결은 느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줄충한 준마와 호흡을 맞출 만한 공간이 이땅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그 혈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노란 디스커 버리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는 순간 삭았던 설레임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차를 인도 받고 곧장 삼정 오토-테크로 향했다. 리프트에 차를 올리고 마치 분해라도 할 듯 하나 하나 살펴보며 특별한 무엇를 찾으려 애써보지만 전,후 솔리드 액슬, Closed Nuckle, 센터 디퍼렌셜, 엔진룸까지 올라와 있는 쇽 마운트 정도이다. 역시 스노클은 파이프만 붙어 있고 공기 흡입구 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이왕 흡입관을 만들었다면 에어 인테이크까지 연결하는게 어렵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완성차의 셋팅에 변경을 가하지 않으려는 의도 인 듯 하다. 무엇이 랜드로버를 4WD의 명가로 만들었을까? 2박3일의 시승으로 디스커버리의 진가를 체험하기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 명성만으로도 먼 여행에 대한 부담을 들고 출발 할수 있게 해준다.
늘상 오프로드를 향하면 그렇듯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며, 기다리며(?) 견인줄, 리프트 잭, 삽, 텐트, 침낭...그리고 두 장정의 여벌 옷가지에 비상 식량까지, 어떻게든 우겨넣는다. 여기서 디스커버리의 실내공간의 여유로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실제 랠리 참가자들 처럼 지붕위의 루프랙까지 폼나게 짐을 올리려 했지만 그럴려면 집안 살림이 다 나와야 될 것 같다. 이젠 더 이상 여분으로 챙길 것도 없이 다 실었는데도 적재공간은 여유가 있다. A,B,C필러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배치와 커다란 윈도우는 시원한 시야를 제공하고 실내에는 따스한 겨울 햇살이 넘치다 못해 눈이 부시다. 여름에는 썬팅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승차는 국내에 판매되는 디스커버리와 달리 수동 5단 변속기이다. 뛰어난 순발력은 아니었지만 출발부터 5단 변속까지 손이 부지런히 움직여 진다. 오히려 넘치는 듯한 출력은 주행중 잦은 변속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탄력이 부족하다 싶어도 Shift-down을 하지 않고 액셀을 살짝만 밟아 주니 부드럽게 가속을 붙힌다. 안정된 주행성능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자칫 140Km를 넘기기 일쑤이다. 액셀 페달이 깊게 밟히지 않도록 발목에 힘을 주고 있어야만 했다. 루프랙의 바닥에는 합판을 깔아 놓았다. 시속 100Km가 넘기시작하자 합판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조금 새어 들어 오긴 하지만 실내에는 일체의 잡소리가 없다.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사뭇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들이 이 차는 일부러 귀기울여 봐도 들을 수가 없다. 내장 부품들의 완성도에 있어 국내 메이커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스프링과 쇽과의 조화도 절묘하다. 노면의 변화(바운싱과 피칭)를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울렁거리지 않는다. 다만, 차체에 비해 작은 타이어와 좁은 윤거 탓에 코너링에서 롤링을 많이 느낀다.
바람을 가르듯 부산에 도착해서 KTMaC과 4Wings회원들을 만나 디스커버리를 시승하며 사견들을 나누고 몇분은 사자평 원정에 동참의 뜻과 응원들을 보내주셨다. "눈이 쌓여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사자평을 향했다. 사람이나 차나 최대한의 성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극한 상황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자평에는 눈이 없었다. 파란 하늘아래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즐기는 걸로 만족하며 진행해 나갔다.
센터 디프렌셜을 잠그지 않아도 무난히 진행해 나가는 상황이 지루하기만 하다. 재약산 정상을 향해 약 25도 사면의 부드러운 흙을 밟고 오르면서 드디어 전륜이 헛 돌기 시작한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니 전륜의 한쪽 바퀴가 접지력이 떨어지면서 순간 순간 구동력을 소모해 버린다. 잠시 차를 세워 로우 기어봉을『Diff. Lock』에 위치 시키고 다시 액셀을 밟으니 그대로 진행을 해 나간다.
방향을 바꾸어 천황봉을 향하는 길에는 경사로의 초입에 큰 바위가 엇갈려 박혀 있다. 몇 번을 시도해 보지만 전,후륜의 한쪽바퀴씩 헛돌며 진행이 자력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뒤에 있던 코란도는 자리를 비켜주자 단숨에 올라가 버린다. 랜드로버는 센터 디프렌셜이 잠겼을 때, 일반4WD의 사륜과 같은 상태가 된다. 로우 기어의 『Diff. Lock』포지션은 Axle Diff.와는 무관하게 미션쪽에서 전,후륜 프로펠서 샤프트로 나가는 Diff.의 작용을 제한 하는 것이다. 풀타임 사륜구동의 특성이다. 물론 앞뒤로 잡혀 있는 스태빌라이저를 푼다거나 타이어의 공기압을 적당히 낮추고, 또는 윈치를 써서라도 올라 갈 수는 있었으나 무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코란도와 랜드로버는 태생이 틀린 것이다. 랜드로버의 매뉴얼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길이 없다면 둘러 가십시오, 그래도 없으면 걸어서 가십시오." 코란도나 랭글러가 없는 길을 개척하며 자연에 대한 인간과 차의 한계에 도전하는 호전적인 성품이라면 랜드로버는 자연에 친화되고 순응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 하여금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베이스 캠프가 되어주는 여유롭고 푸근한 성품인 것이다. 승전을 위한 도구로서 어디든 가야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Jeep(코란도, 랭글러..)와 생활의 이기로서 태어난 디스커버리나 국내의 무쏘같은 차가 가야 하는 곳은 틀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랜드로버 같은 차량으로 오프로드어드벤쳐를 즐기기에는 우리의 국토가 너무도 좁다. 그래서 디스커버리는 윈드서핑이나 자전거 하이킹, 암벽 등반, 스키 등을 떠날 때에 많은 장비와 짐을 걱정하지 않는 넉넉한 적재공간과 더불어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넓은 실내를 갖춘 승용차의 편의성과 오프로더의 야성이 절제된 건강한 4WD이다.
카멜 트로피용 차량은 아래의 장비들이 추가된다.
익스테리어
- 양쪽 후드 클립
- 오일팬 보호 커버
- 나뭇가지로부터 차체를 보호하기 위해 불바에서 루프랙으로 연결된 와이어.
- 5톤 리어 견인고리.
- 3톤 프론트 견인고리.
루프랙
- 2개의 전방 Spot Light.
- 2개의 전방 안개등.
- 1개의 후방 Spot Light.
루프랙의 적재owage on roof rack for:
- 두 개의 적재 박스
- 한 개의 삽
- 한 개의 도끼와 자루
- 한 개의 2인용 카약과 페달
- 두 개의 산악 자전거
- 4개의 카멜트로피 방수 가방
차량 내부:
- Full internal roll cage
- 디지털 적산 거리계
- GPS
- 지도등(Flexible map lamp)
- 핸디 서치라이트(One hand-held spot lamp)
- 2개의 소화기
차량 후미의 적재:
- 2개의 22 litre (5.8 gallon) water cans
- 2개의 22 litre (5.8 gallon) fuel cans (스페어 깡)
- 2개의 식품보관용 알루미늄 방수 박스
- 스페어 부품 박스 1개
- 공구통 1개
- 탐사용 케이스 4개
- Towing bar
- Camel Trophy Adventure 가방 4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