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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깔끔 간결한 도심형 컴팩트 SUV, 혼다 C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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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2-01-18 22:44 조회14,929회 댓글4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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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가 지난 12월에 4세대 CR-V를 전격 발표했다.

2011년, 혼다만큼 어려웠던 브랜드도 없었다. 삼재에 들었다는 말이 나왔을만큼 혼다는 힘든 한해를 보냈다. 동일본 대지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이 어려움을 이겨낼 즈음 터진 태국 홍수로 혼다의 현지 생산시설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여기에 더해 엔고로 인한 가격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한때 국내 수입차 업계 선두를 달리던 브랜드가 연이은 악재에 마침표를 찍듯 연말에 승부수를 던졌다. 혼다 CR-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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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 SUV다. 작은 사이즈로 아웃도어 활동보다는 도심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컴팩트 SUV 바람을 타고 거친 오프로드를 누비던 "지프형 차"들이 도시로 달려오는 것이다. 심지어  사륜구동기능 조차 뺀 모델이 등장하고 큰 인기를 얻는 현실이다. 굳이 험로 갈 일 없는데 이륜이면 족하다. 다만 스타일은 SUV 였으면 한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순해졌고 도심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변한다. 대표적 모델이 바로 CR-V다.

4세대로 진화한 CR-V는  1995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전 세계 160개국에서 5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처음 판매를 시작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콤팩트 SUV 바람을 몰고 왔던 장본인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큰 변화가 없다. 파격적인 변신 대신 디테일의 변화를 택했다. 이전 모델과 큰 차이 없는 디자인이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좀 더 세련되게 바뀐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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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마주하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3세대 모델의 뭉툭했던 헤드램프는 4세대로 건너오면서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유니크한 모습으로 변했다. 헤드램프를 살짝 파고든 라디에이터 그릴은 CR-V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길이는 4,535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30mm 짧아졌고 높이는 1,685mm로 5mm 높아졌다. 휠베이스와 차 폭은 그대로다. 
시각적으로 예각을 이루는 D 필러는 역동적인 느낌을 전한다. 루프에서 내려오는 라인이 리어램프와 어울리며 공격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자칫 밋밋하기 쉬운 뒷 모습에 긴장감이 살아있고 다이내믹한 느낌을 전한다. 깊게 파인 리어게이트는 시원하게 열린다. 트렁크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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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정교하다. 손이 닿은 부분들의 촉감이 최고의 수준이다. 가죽 핸들은 물론, 핸들에 올라와 있는 버튼들이 손에 착착 감긴다. 최고급 수준의 재질을 사용해 최고 수준의 질감을 구현했다. 만지는 재미가 있어 자꾸 손이 간다.
간결하게 배치한 패들시프트는 조작하기 편하다. 핸들을 쥔 채로 조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를 택했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손에 딱 달라붙는 위치와 크기다. 핸들과 분리되지 않고 붙어있어 핸들 조작 중에도 조작할 수 있다. 코너에서 시프트다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패들 시프트가 핸들과 분리돼 있으면 자연스럽게 조작하기가 불편하다. 핸들과 일체형인 패들 시프트가 훨씬 기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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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의 재질도 질감이 좋다. 터치할 때의 촉감이 고급스럽다. 신경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는 5인치 컬러 모니터가 자리했다. 인텔리전트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다(i-MID). 후진할 때 깨끗하고 선명한 영상으로 차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뒷좌석 바닥은 평평하다. 사륜구동 모델이지만 센터터널을 없애 최고의 공간활용성을 확보했다. 제한된 공간이지만 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불편함을 없앤 것. 뒷좌석은 한 번 작동으로 접을 수 있어 쉽고 편하다. 이른바 원모션 폴딩 리어시트다. 이것 저것 조작할 필요 없이 손잡이를 당겨 바닥 시트를 젖히면 시트가 분리되면서 접힌다.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훨씬 넓어진다.

트렁크는 가볍게 열리고 도어는 묵직한 느낌을 전한다. 전체적으로 차의 각 부분에서 감성을 터치하는 수준이 높다.
직관적인 계기판은 운전가가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속도계를 계기판 한 가운데 가장 크게 배치했고 rpm 게이지는 좌측에 배치했다. 속도계 좌우로는 차의 주행상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초록색 혹은 흰색 라인이 뜬다. 초록색일 때 경제운전 상태이고 흰색이면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중임을 말해준다. 속도와 rpm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이 색깔만 초록색을 유지하며 운전하면 확실하게 경제운전을 할 수 있다. 

혼다 CR-V는 시승하는 동안 달달한 느낌을 시종일관 전했다. 도시의 빌딩 숲을 누비는 콤팩트 SUV 답게 부드러운 발걸음을 힘 있게 움직였다. SUV의 거친 모습은 확실하게 제거했다. 부드럽고 달달한 솜사탕처럼 운전자의 품 안으로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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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는 가솔린 엔진이다. 가볍고 경쾌한, 그래서 세련된 느낌을 주는 엔진이다. 조용하게 움직이고 필요할 때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맛은 이 가솔린 엔진에서 나온다. 조용하고 안정적인 가솔린 엔진은 특히 도심형 SUV에는 최적의 선택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서 급출발을 시도했다. CR-V는 힘차게 출발했다. 휠스핀은 없었다. 차의 구동력을 최적으로 제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드럽지만 힘찬 출발을 느낄 수 있다. 힘 있는 초반 가속이 인상적이다.

CR-V는 중형 세단 수준의 편안한 승차감을 보인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로 순항할 때 더없이 편안한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쾌적한 공간. 탁 트인 시야, 흔들림이 적은 차체가 어우러진 승차감은 고급 세단 수준이다. SUV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탁 트인 시야는 막힘이 없다. 좌에서 우로 시원하게 펼친 풍경이 파노라마 영상 그 차제다. 숄더라인을 낮춰 차창을 크게 배치해 시원한 시야를 확보했다. 덕분에 멀리 잘 볼 수 있다.  운전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요소다. 멀리, 잘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시속 100km에서 속도를 올리면 바람 소리보다 노면에서 실내로 파고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으로 공기저항을 줄여 실내가 조용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너무 조용해서 다른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것. SUV는 차제가 높아서 바람소리가 쉽게 부각되는데 CR-V는 의외로 바람소리가 적다.

이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덕분이다. 차량 아랫면에 언터커버를 더해 저항을 줄였다. 이를 통해 공기 흐름을 부드럽게 유도했다. 차의 흔들림과 소음이 줄어들고 연비도 좋아지는 효과는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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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0km을 넘기면서 윈드실드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 속도에서도 엔진은 2000rpm 정도로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 정도다. 5단 변속기임에도 알피엠이 낮은 수준에서 고속을 커버한다.

시속 100km에서는 1900rpm 전후를 보인다. 80-90km/h에서의 느낌은 최고다. 부드럽고 세련됐다. 움직임이 부드럽고 힘이 있다. 전체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면서 잘 마무리된 느낌이다. 도심지향의 SUV인 만큼 세련되고 거칠지 않은 면이 돋보인다. SUV 하면 어느 정도의 거친 느낌은 양해되는 부분이지만 CR-V는 그 마저도 없앴다. 좋은 숯불 위에서 삼겹살 기름이 쫙 빠지듯 거친 반응을 완전히 제거해버렸다. 스타일은 SUV이지만 움직임은 세단에 버금간다. 

시속 100km에서 변속레버를 S로 옮기면 1900rpm이 3500rpm까지 상승한다. 엔진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게 변속기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좀 더 예민해지고 차의 움직임은 빨라진다. 1단이 시속 70km, 2단이 시속 120km까지 커버한다. 1, 2단으로 시속 100km를 넘기는 만큼 초반 가속할 때 상당히 큰 힘이 차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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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rpm부터 레드존이다. 레드존까지 치고 올라가서 변속이 일어난다. 6000rpm부터 레드존인 경우가 많은데 고속회전에 자신이 있음을 계기판이 말해주고 있다.

190마력의 힘은 1,610kg의 차체를 여유 있게 끌고 달렸다. 2WD 모델이라면 공차중량이 1,530kg으로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을 주게 된다. 엔진 파워는 기존 혼다 CR-V보다 20마력 세졌다.

시승차는 모든 속도구간에서 탄력 있는 힘을 뽑아냈다. 어떤 속도에서나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튀어나가는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콤팩트 SUV라고는 믿기 힘든 기대 이상의 힘이다. 주행안정감은 놀라운 수준이다. 세단보다 지상고가 높은 SUV이지만 비교적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다. 흔들림도 적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에는 충격을 한 번에 털어버린다. 턱을 지난 후 잔진동이 없다.

시승차는 4WD 모델. 오프로드에 차를 올렸다. 잡풀이 우거진 비교적 평탄한 수준의 오프로드였다. 추운 날씨 탓에 간간이 얼어붙은 빙판과 덜 녹은 눈이 있는 길이었다. CR-V는 부담 없이 가벼운 발길을 움직였다. 구동력을 잃지 않고 네 바퀴로 노면을 박차며 달리는 느낌이 매우 좋다. 아주 거친 험로가 아니라면 오프로드에서도 무난하게 달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브레이크는 부드럽고 확실하게 작동했다.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릴 때 차는 거부감 없이 하지만 정확하게 작동한다. 급제동을 해도 ABS의 반응이 다른 차들처럼 요란스럽지 않다. 부드럽게 반응하면서 정확하게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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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에는 에코 모드가 있다. 초록색 ‘이콘’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파란 잎사귀가 핀다. 연비 위주의 주행을 한다는 신호다. 변속 시기를 앞당기고,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한편, 에어컨 절전 등 전체적으로 동력성능보다 연비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를 제어한다. 연비운전할 때에는 계기판에 초록 라인이 뜬다. 가속을 하면 하얀색으로 변한다. 시각적으로 차의 반응을 표현하는 것. 자극적인 빨간색 대신 흰색으로 표현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편안한 승차감, 조용한 실내, 사륜구동의 안정감 있는 코너웍, 거친 길에서의 구동력. 시승하는 동안 CR-V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스스로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3세대에서 한 걸음 더 진화한 4세대 CR-V는 도심형 SUV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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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4세대 CR-V를 내놓으면서 가격도 최대 120만원을 내렸다. 가장 비싼 4WD 모델이 3,670만원이다. 2WD 모델은 3,27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산 중형 SUV 모델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국산차와 정면 승부를 해도 승산이 있는 가격이다. 국산차 고객들도  수입차 시장을 넘겨다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콤 막강한 CR-V의 유혹은 수입차의 경계를 넘어 국산차 시장까지도 흔들 기세다. 이제 CR-V의 거침없는 질주를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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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성능
평탄하게 쭉 뻗은 직선로에 CR-V를 올렸다. 계측기를 장착해 측정한 0-100km/h 도달 시간과 거리는 9.37초, 153.88m. 4WD 기능을 가진 컴팩트 SUV이면서 10초 안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성능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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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성능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한 뒤 완전 정지할 때까지의 제동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가장 빠른 기록은 3.07초에 40.94m.

오종훈의 단도직입
내비게이션이 없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래도 내비가 없음은 불만 요인이 된다. 영업사원들이 피곤해지는 요인이다. 내비게이션은 기본이라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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